실상사작은학교 졸업식이 치뤄 졌습니다. 서신욱, 이은서 두 친구가 21년에 입학해서 5년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합니다. 4시에는 자서전 발표, 저녁공양 후 6시 30분에 졸업식 행사가 열렸습니다. 두 친구의 회향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공동체 식구들과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습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주지스님의 축사가 너무 좋았다고 공유해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 졸업식 행사 사진과 함께 올려봅니다~
신욱, 은서 졸업 축하해요~~!!
2026년 실상사작은학교 졸업식 축사
실상사 승묵 주지스님
오늘 우리는 두 아이의 졸업을 축하하려고 모였지만 사실은 두 개의 작은 별이 자신의 세상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좀 남다른 자부심이 있지요. 똥부심, 농사부심, 걷기부심입니다.
우선, 똥부심입니다.
세상 사람들처럼 똥을 천한 것으로 보지 않았고, 흙을 더럽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농사부심입니다.
하늘님과 바람님, 달님에게 잠시 멈춰 인사할 줄 알았고, 농부의 손끝에서 자라난 생명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은 지구의 숨소리를 들었고, 한 알의 곡식 속에도 수많은 존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배웠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로 이어졌다는 진리를 자연의 시간에 맞춰 호흡하며 걷는 법을 익혔습니다.
걷기부심입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으로 나간 아이들은 어쩌면 자신들이 세상과 반대의 방향으로 걷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오늘 졸업생이 인턴십에서 겪은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자신의 일이지만 제 앞가림을 하지 않고 설거지를 쌓아놓는 사람들과 실내에서 에어컨을 켜고 담요를 덮어야만 했던 곳에서의 일상 이야기였습니다. 우리의 배움과는 너무도 다른 낯선 일상이었습니다. 몸이 먼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던 어색한 마음, 그 망설임, 스스로에게 던지던 질문들.. 그 모든 것은 낯선 세상 앞에서 우리의 감각이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은 여러분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정답 없는 문제 앞에 서게 할 것이고, 가끔은 “내가 배운 건 맞는 걸까?” 스스로 되물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과 나는 다른가?
그럴 때 꼭 기억하세요.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 보는 풍경이 있습니다. 빨리 달리는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결이 있고, 소리를 낮춰야만 들리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툽니다. 서툰 사람들에게 세상은 늘 낯선 법입니다. 그러니 너무 힘주어 살지 마세요. 확신이 없을 때는 확신 없는 채로 걸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생각이 달라도 함께 살기 위해 걸었습니다. 세상 보기를 하며 길어 올린 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분만의 길을 더 또렷하게 밝혀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지치고, 방향을 잃어 “이 길은 더는 못 가겠다.” 여겨지는 날, 여러분의 집으로 오십시오. 여기에는 문을 잠그지 않은 집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을 먼저 불러 주고, 밥 먹자고 말해주는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은 언제나 여러분의 발걸음을 기억하고, 여러분과 다시 걸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은서와 신욱, 두 별은 마음껏 여러분의 세상에 나가 여러분의 빛으로 세상과 어울려 빛나십시오. 여러분의 세상이 여러분을 더 풍성하게 하기를 축복합니다.
여기까지 아이들을 축하하는 말입니다.
해마다 졸업식이나 입학식 축하 인사 드리고 돌아서서 아쉬웠던 것이 있었습니다.
짧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하지 못했던 것인데 오늘은 좀 길더라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길잡이들께 드리는 감사 인사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옆을 늘 같은 속도로 맞춰 걸어 준 길잡이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들의 작은 떨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햇살 아래나 그늘,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서 주신 우리 길잡이들. 가르치는 일을 넘어 인생의 도반으로 여기고, 아이들을 존중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셨습니다. 세상을 밝히는 등불을 키워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 길을 함께 걸어 주신 길잡이들, 정말 고맙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하겠습니다.
우리들의 배움이 나무처럼 자라 숲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양육자님들의 품과 손길이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학교 운영과 살림을 기꺼이 도맡아 주시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작은학교를 믿고 지지해 주신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더 풍성한 숲을 이루었습니다.
무엇보다 산내공동체의 실상사작은학교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그래서 우리들의 연대와 우정이 숲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모두 양육자님들 덕분임을 확신합니다.
졸업해도 아주 가지 마시고, 아이들의 고향에 자주 와 주십시오.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양육자님들께도 마당 넓고 방 많은 집의 문은 늘 열려있습니다.
모두, 고맙고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