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가뭄이라는 악 조건속에서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삶이지요.올해도 실상사작은학교 3,4학년 학생들은 8월 7일부터 50여일간 해외이동학습을 떠나 배움을 합니다. 그 경비를 자기들이 반은 마련해 보겠다고 이렇게 더운 여름날 모내기를 하고 풀을 메고 있습니다. 어른도 하기 힘든일을 꼭 이렇게 해야 할까? 라는 작은학교 교육 방식에 늘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고 있는 걸 보면 아직까지 작은학교 학생들은 이런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라는 근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이렇게 우리는 배움을 합니다.이렇게 배움을 하면서 해외에 더운 여름날 방학을 이용해서 배움을 떠나는게 부끄럽지 않고 덜 미안한 방식인 것 같습니다.여러분도 작은학교 학생들의 배움에 같이 숟가락 하나 보태 주실 수 있나요?아주 작은 마음이라도 괜찮습니다. 한 숟가락씩 열사람이 모아서 배고픈 한사람을 내버려 두지 않는 마음을 저희는 떠올렸습니다.그렇게 배워서 저희도 그렇게 쓰이겠습니다.고맙습니다^^
2025해외이동학습(2025.07.12)
은영씨 이야기
2001년 우연히 지리산 도보순례에 참가하면서 지리산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기에 깃들어 살면 좋겠다 생각하다 2002년 월드컵 시즌에 세상보기를 마친 작은학교에 왔습니다. 첫해 여름에 태풍 루사를 만났습니다. 그 다음 해엔 매미였던가.. 때로 힘들어도 이곳의 산과 하늘의 아름다움이 큰 힘이 되었고, 아픈 곳을 많이 치유해주었습니다. 추워서 어려움도 많지만 크리스마스 무렵의 조용한 산내를 특히 사랑합니다. 산내는 실상사를 중심으로 배움의 기회가 많고, 재미있는 일이 많습니다. 산내를 걸어 다니면 작은학교를 거쳐갔거나, 지금도 관계있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많이 의지하며 삽니다. 산내뿐 아니라 전국 어디를 가도 작은학교와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인연들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작은가정에서 부대끼며 살고, 함께 땀흘려 일하고, 공부하고, 여행하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러면서 늘 배우면서 나이 들어 갑니다.
과거의 나는
과거의 나는 부산에서 20,30대를 풍물굿으로 생활하며 지내다 2019년 11월 산내에 휴식차 왔다가 코로나로 인해 산내에 머물게 된 것이 작은학교 학생 양육자로서 배움지기로서의 인연입니다. 지금의 나는 필요한 것만 가지고 생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먹을 것을 좋아 합니다만 필요한 만큼 먹고 살려고 합니다. 커피와 차를 좋아합니다만 내려주는 커피와 차를 넙죽 받아먹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등산을 좋아합니다. 9월 프로젝트 기간이 끝나면 지리산 종주를 합니다. 배우는 나는 나의 삶의 경험이 작은학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체험을 합니다. 연결 소통에 서툰 학생들을 보고 저는 그들과의 관계에서 서툰 저 자신을 만납니다. 평가 편견 판단으로 무장된 저는 학생들과 배움지기들과의 소통으로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자신을 허물어 가는 중입니다. 매 순간 관계 소통 선택 연결 이 모든 것이 어렵고 낮설어서 힘듭니다. 이 어렵고 낮선 과정 속에 배움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배워서 자유롭고 싶습니다.
여름방학을 앞둔 학기
여름방학을 앞둔 학기 마무리주간에숲의 철학자로 불린다는 분이학교에 와서 특강을 해주셨다.우리는 전날 9시 반까지학교에서 촉촉한 밤을 보내고또 아침에 등교하여땀 나게 대청소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그런 우리도 2시간 가까이를깨어 집중할 수 있게 할 만큼흥미롭고 울림 있는 강의였다. 대나무는숲의 가장자리에서자란다고 한다. 숲의 가장자리는빛과 양분이 풍부한 동시에생존경쟁이 치열하고가장 센 바람을 맞는자리이기도 하다.그래서 대나무는 잎은 좁게 내고속은 비우며매우 빠른 속도로 자라서 살아남는다.숲의 가장자리라는 환경은대나무가 싹을 틔우고생명을 피워낼 수 있게 해주는선물 같은 조건이자경쟁과 바람 같은 역경을 만나게 한다.대나무는그 역경을 끌어안으며대나무로서의 자기 생명을피워내는 것이다. 대나무만이 아닌 모든 식물이 그러하며 우리 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우리 각자는 자신이 피어날 수 있는조건을 골라 이 세상에 왔고동시에 모두는 각각의 어려움과 과제를 가진다고.이어서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이 선물과 과제를모두 기꺼이 온 몸과 마음으로살아내는 것이다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마무리로 강의가 끝이 났다. 나는 작은학교가이렇게 삶을 사랑해가는여정을 함께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고나 또한 이런 관점으로학생들과 동료 배움지기들그리고 내 자신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우리 각각이 가진 빛과 생명력을 발견하고피워내기를 함께 애쓰는 것.같이 부대껴 살면서각자의 어려움과 과제가 충분히 드러나고그것을 마주하고 겪어내는시간 동안 곁에 있어주는 것. 이를 위해서 나는 질문하고귀 기울여 듣고솔직하게 표현하고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며살고 있는 것 같다. 학교생활의 순간들이 힘에 부칠 때도 많이 있지만생명의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곳에서살 수 있음에 감사하다.
좀 더 소개
2002년 3월 말이었나보다. 당시에 서울 종로에 있던서울 사무처에 갓 출근하기 시작했던 나는 실상사에 처음으로 오게 되었다. 큰 산들을 양 옆에 낀 고속도로와구불구불한 오르막길들을 지나고천을 따라 있는역시 구불한 2차로를 따라실상사에 처음 도착했다. 실상사 연꽃연못이그때는 밭이었다. 그날, 젊은 여성이 그 밭에 감자를 심고 있었다. 오래된 작은절 실상사천왕문 앞에 감자밭그리고 우리 일행을 보며 손 흔들어 주던그 여성의 환한 미소에봄 햇살이 환하게 가득했다.아름답고, 충만한 장면이었다.보슬보슬한 흙과화장기없이 까맣게 탄 얼굴과소박하고 편안한 옷 차림의 사람들. 출장으로 실상사에 오는 것이멀게 느껴지지 않았다.불교귀농학교 현장실습인드라망 가족 캠프회의업무 등으로도 오고귀농전문학교에서 하는자연의학강좌도 듣고휴가때도 실상사에 와서머물며 농장 일도 했었다. 실상사에서 어느날보광전에서 어느 스님의 절하시는 뒷모습이참 지극하게 느껴졌었다. 바닥에 참으로 지극하게 몸을 낮추어납작해 지시는 몸짓이 그렇게 느껴졌다.나도 절을 할 땐 그렇게 바싹 바닥에나의 몸을 낮추고 싶어졌다. 20대 후반, 인드라망생명공동체실상사, 도법스님, 귀농운동, 불교를 만나면서나의 세상은 새롭고 생생해졌다.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해 졌다. 흙을 만지며 산다는 것.자립적 가치손을 쓰며 사는 삶해를 덜 끼치며 살수 있는대안문화. 같이 기도하고 공부하고좋은 책을 함께 읽고좋은 생각을 나누는 공동체. 함께 행동하고실천할 수 있는 공동체.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늘 동경하던 실상사작은학교 배움지기로지원하게 되었다. 청소년들과 함께 산다는 것인지는 잘 몰랐지만실상사작은학교에서 하는 모든 것이다 의미 있고, 재미있어 보였다. 그렇게 16년째실상사작은학교 배움의 공동체에서청소년들과 배움지기들과 함께 살고 있다. 실상사작은학교는나의 배움터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같이 배우기도 하고나는 교과를 가르치거나길잡이로 안내를 하면서공부를 하기도 한다. 학교 공동체를 같이 가꾸고함께 살면서 사는 것을 배우기도 한다. 어렸을 때꽤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그건 착한 사람이기도 했고지혜로운 사람이기도 했던 거 같다. 여전히 꿈꾸는 사람은 착하고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다.(2025.7.10)
2025.7.10 최선을 다했다. 4일간 우리가 채운 시간은 90시간.학생들은 의지와 마음을 내느라새벽 오후로 길어진 하루를 소화 하느라더위를 견디느라겹친 축제 준비를 하느랴먹파리에게 물린 곳을 긁느랴하나 둘씩 스러져 갔다. 야심찬 계획을 세운 그날로 부터6일만에 100시간 챌린지로 끝날 풀들은 200시간을 채워야 끝낼 풀로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자라있었다. 최선을 다했다.하지만 모든 풀을 뽑지는 못했다.큰 수확이 있다면 오후 운력이 꽤 괜찮다는 것.논 풀이 감당이 안될 정도로 많다면밭으로로 사용 해 볼수 있다는 생각(너무 힘들어서 잔머리가 돌아갔다.)을 얻었다. 작은학교에서 학생들과 살아가다 보면 이렇듯뜻하지 않은(나의 경험을 넘어선) 참신한 아이디어들과새로운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종종 다가온다.그런 기회가 낯설기도 하지만 받아들인다면이 낯섬이 내가 나에게 갇히지 않고살아간다는 느낌을 준다.조금씩 자유를 알아가는 느낌이랄까… 내가 작은학교에서 살아가는이유중 하나이다.
제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12.6월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식구됨 2022.6월~ 작은학교 근무 학교 대표입니다(2024~2026) 환갑을 앞둔 나이에 아이들과 살고 있는게 재미가 있어요.편하게 사는것보다 아이들에게 혼나면서 배우는게 더 멋진 삶인 것 같아요. 늘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지금 이대로 삶이 좋습니다. 좀 더 소개새벽에 아이들하고 논에 나가 피사리를 하고 한낮에 푹푹찌는 더위를 피할데도 없이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아이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나를 봅니다. 농장에서 농사를 지을때도 일찍 깨어 아침을 기다리지은 않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살다보니 나도 똑 같은 사람이란걸 늘 깨닫습니다. 아침에 조금만 더 늦잠자고 싶고, 쉬는시간에 좀 더 게으름 피우다 가고 싶고, 맛있는 간식 나오면 한 개 더 먹고 싶어 집니다. 그런 저를 늘 보고 삽니다. 밖에서는 말을 그럴싸 하게 하면 내가 뭐라도 되는 양 우쭐거리기도 하고 별 생각없이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삶이었는데 작은학교에 오니 절로 다 드러나요. 숨기고 싶어도 숨을 곳도 없고 일상에서 절로 벌거벗은 나를 만납니다. 때론 부족한 나를 보며 부끄럽고 때론 못난 나를 보며 창피하고 때론 어색함에 얼굴이 빨개지기도 합니다. 그런곳이 작은학교 같아요. 같이 사니 같은 사람이 되는 곳… 그래서 조금 괜찮은 내가 되어 보려고 늘 애를 씁니다. 그런 사람이 되든 안되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기전에 저를 돌아봅니다. 그 정도가 저인 것 같아요. 거창하게 대표라는 직함을 걸고 있지만 아이들앞에서는 늘 쥐구멍을 찾고 싶은 사람, 그래도 나서야 되니 나서는 사람, 내가 나서면 누구는 조금이라도 편하겠거니 하면서 삽니다. 관심분야는 정원(마당)관리, 농사, 남이 하기 어려운일 해보기, 오지랖부리기, 잘하지는 못해도 뭐든지 주어지는 일 해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