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 Template
Edit Template

이 더운 날에 (2025.7.4.)

작은학교에서 짓는 유기농 논농사의 일부는
학생들의 해외 이동학습 경비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짓는다.
일명 ‘언니네 논’이라고 불리는 세 다랑이로 나누어진 논은

2019년부터 학생들이 관리하며 짓고 있다.

그 중 450평 가량 되는 한 다랑이는 논 잡초인 물달개비가
아주 빽빽하게 자란다.
풀을 잡기 위해 모내기 직후 미강도 뿌려보고
우렁이도 다른 논에 비해 세배는 더 넣고
여럿이 직접 들어가 손으로 피사리도 하고
예초기에 풀을 제거하는 기계를 장착하고 돌려보며
갖은 애를 써 보지만
7월 이 맘 때가 되면 물달개비들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보란 듯이 손 모내기한 벼의 중간쯤까지
빽빽하게 자라있다.

다들 지쳐 새벽 ‘자율’운력도 뜸해지는 지난주 금요일
학생들 다섯 명과 투덜대고 궁시렁대며 손 피사리를 하다가
학생들을 통해 우연히, ‘피사리 100시간 챌린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한 사람이 하면 100시간이 걸리지만
서른 명이 하면 3시간씩만 하면 된다는 모토로
작은학교 식구들에게 호소하여 이번 주 이 챌린지(도전)가 진행중이다.


오늘 새벽에는 스무 명이 나왔다.
잠이 덜 깬 눈을 비비고
벼에 쓸리고 먹파리(일명 깔따구로 모기보다 악명 높은 흡혈파리)에
뜯겨서 비명을 질러가며 도전을 시작했다.

참 힘들게 산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적절한 어느 날 밤 아무도 몰래 제초제 한 번 치면 될 것을….
그러면 정말 많은 노동력과 시간,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 텐데…

효율과 편리, 가성비가 중요한 이 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작은학교는 이런 바보 같은 짓을 많이 한다.
똥을 퇴비로 사용하기 위해 생태 뒷간을 쓰고
밥알 한 톨 남기지 않는 발우공양을 하고
빌어먹고(?!) 다니는 2주간의 도보 여행을 하고
자급하는 농사를 짓고
학생이 살림을 모두 챙겨야 하고
서로 맞춰야 하는 작은가정에서 산다.

그리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둘러앉아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잘 듣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나열해 놓고 보니 효율이 떨어지고
힘든 일만 골라서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난 작은학교에서 가꾸어 가는 이 ‘문화’가 좋다.
과장을 좀 보태서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
종말을 막아낼 유일한 무기라는 생각을 한다.
이 바보 같은 짓들이 힘에 매우 부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행위들이
작은학교의 철학을 굳건하게 서게 하는 버팀목이다.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길었다
각설하고 우리의 도전은 어떻게 될까?

jakeun20011

jakeun20011

글쓴이 & 올린이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전북특별자치도 교육청 등록 대안교육기관]

학교 안내

Copyright © 실상사작은학교  All rights reserved.

카카오톡 채널 상담하기
자세히 보기
하루동안 열지않기기